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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webmaster@gria.or.kr
일   자 2020년 01월 06일
글 제 목  성장은 더디지만 쓰임새 많은 비자나무

성장은 더디지만 쓰임새 많은 비자나무
Torreya nucifera (L.) Siebold & Zucc.

▶잎과 꽃

▶잎과 열매

▶수형

특징 상록침엽교목 4~5월 열매 이듬해 9월~10월

따뜻한 곳을 좋아해 남부지방에 잘 자라는 나무
비자나무는 주목과의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는 25m 내외, 지름은 2m까지 자란다.
건조하고 척박한 곳을 매우 싫어하며 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따뜻한 곳을 좋아해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과 내장산이 북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자라기도 하지만 고려시대 이전부터 역사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분포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특산나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학명은 Torreya nucifera인데 속명의 Torreya는 19세기 미국의 식물학자 존 토레이(John torrey, 1796 ~ 1873)를 기념하여 붙인 것이며, 종명 nucifera는 '딱딱한 껍질을 가졌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자로 비자수(榧子樹), 영명은 Korean Stinking Yew 이다. 이름의 특징에서 알 수 있듯이 잎이 뾰족한 침형으로 좌우로 약간 어긋나고 잎이 배열되는 모습이 실제 아닐비(非)자를 닮은 듯 한데, 한자의 비자(榧子)를 차용해서 쓴 이름이라고 하는 것에 더 신빙성이 있는 듯 하다. 또한, 산에서 나는 삼나무라고 해서 야삼(野杉), 무늬가 아름다워 문목(文木)으로도 부른다. 다른 이름으로 비실(榧實), 향비(香榧)가 있으며, 생약명이 비자(榧子)이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고 찔리면 아플정도로 딱딱하고 뾰족한 잎을 가진나무
비자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서 피는 암수딴그루의 나무이다. 4월경 꽃을 피는데 꽃잎을 달고 있는 완전한 모양이 아니어서 일반인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편이다. 수꽃은 10mm 정도의 긴타원형으로 줄기 하나에 10개 정도씩 달리고, 암꽃은 가지 끝에 2 ~ 3개씩 달리고 길이는 6mm 정도 되는데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한 다음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 상태로 겨울을 난 후 다음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열매가 자라 9 ~ 10월경 홍갈색으로 익는 특징이 있다. 열매는 자루가 없고 타원형으로 길이는 2.5cm 정도이며 종자 옷(種衣)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 익으면 종자 옷이 벌어지는데 이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이 바로 비자이다. 모양은 아몬드처럼 생겼고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잎은 두껍고 반들반들하며 짙은 녹색을 띄고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는데 길이가 1.8 ~ 2.5cm, 너비는 2~3mm 정도이며 잎 뒷면 양측에 2줄의 흰색 기공선이 있고 위로 갈수록 좁아져 끝은 가시모양으로 단단하고 뾰족하기 때문에 찔리면 아플 정도로 딱딱하고 예리한 것이 특징이다.
나무의 모양은 장년까지는 곧고 긴 가지가 비스듬히 사방으로 퍼지고 위쪽이 타원형이 되는 전형적인 원추형으로 단정한 모습을 띄지만, 노령목이 되면 수형이 부정형으로 변하게 되는데 크게 자란 나무는 장엄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줄기는 어릴 때는 붉은 빛이 도는 회갈색을 띠지만 오래될수록 짙은 회갈색이 되며 세로로 깊게 갈라지고 벗겨져서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비자나무 잎

▶비자나무 줄기

근래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아주 귀한 나무
비자나무는 다양한 쓰임새 때문에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비교적 흔하게 있었다고 한다. 삼국시대 고분에서는 비자나무 목재로 만든 관이 출토되기도 하고, 배를 만드는 데도 쓰였다고 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황제에게 보고한 <고려도경>에서도 고려에서 나는 토산물로 개암과 비자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제주도에서 나는 비자나무를 특산물로 받은 기록이 다수 남아 있다고 한다. 비자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비자나무 벌목을 금하기도 했는데 조선 후기로 갈수록 비자나무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세금으로 걷어가는 양이 많아져 백성들이 비자나무를 일부러 베어 버리기도 했다는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뜻한 지역을 좋아하는 비자나무의 특성상 제주도 외에는 우리 전라남도 지방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데 주로 화재를 막고, 기름과 차를 만드는 원료로 동백나무나 차나무 등과 함께 사찰주변에 많이 재배되어 보호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은 500~800년 정도된 비자나무가 28백여 그루나 자라고 있어 단일 수준으로는 세계 최대의 비자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제주도 비자림은 워낙 품질이 좋아서 원나라에서는 궁궐 재목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출해갔다고 한다. 강진군 병영면 삼인리 비자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9호로 조선 태종 때 병마절도사가 옛 성을 고치면서 비자나무를 이용하여 관청을 수리하였는데, 병사들이 기생충으로 고생할 것을 대비하여 이 한 그루만 남겨놓았다고 한다. 현재는 주민들이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면서 정월 대보름에 모여 당산제를 올린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제111호로 지정된 진도군 임회면의 비자나무 역시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나무를 베면 신벌이 내려진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혹자는 비자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전설을 만들어 계속 전해져 오게 한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어 보인다.

느리게 자라지만 쓰임새가 많은 나무
비자나무는 나무를 잘라 보면 나이테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나이테가 너무 촘촘해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키는 1년에 1.5㎝, 지름은 100년이 지나도 겨우 20㎝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해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좋고 습기에도 강해 보존성이 높다. 결이 고와서 옛날부터 고급 가구재나 건축재, 토목용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특히 비자나무 바둑판은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에서도 최고급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은은한 향기는 물론 노란빛을 띄는 색은 흑백의 바둑돌과 잘 어울리고, 바둑돌을 놀 때 약간 들어갔다가 회복되는 탄력성이 좋아 바둑 애호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바둑판을 만들 정도의 비자나무를 구할 수 없어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에서는 비자를 변비, 치질, 만성 소화불량과 위장질환, 기생충으로 인한 복통, 류머티즘으로 인한 통증과 뱀에 물렸을 때 해독제로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우리 선조들은 비자나무를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해왔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열매이다. 열매는 약제 또는 기름을 짜서 활용했는데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서는 촌충이나 촌백충을 없내는 구충제로 처방했고 '임원경제지'에는 '씨를 살짝 볶아 약과나 두부를 부치면 향기와 맛이 좋다'고 했다. <농정회요>에서는 "나무 하나에 수십 말을 딸 수 있고 독이 없다. 오치를 치료하고 삼충을 없애주며 몸이 가벼워지고 눈이 밝아진다."라고 하였고, "녹두와 함께 먹으면 독이 되니 조심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비자는 땅이나 물에 두어도 썩지 않고 불에 그슬리면 모기를 피할 수 있는데 모기는 그 향기를 싫어하여 떠나는 반면 지네는 그 향기를 좋아하여 모여든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실제 해남이나 완도 지역 등에서는 여름철에 말린 비자잎을 태워서 모깃불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2018)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자나무 열매에는 지방유가 들어 있는데, 그 속에 팔미트산(palmitic acid), 스테아르산(stearic acid), 올레산(oleic acid), 리놀레산(linoleic acid), 글리세라이드(glycdride), 탄닌, 카테킨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대학과 병원, 산업체들을 중심으로 비자나무 관련 전통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개발(R&D) 활동이 이루어 지면서 항균작용과 심장순환계 질환에 약효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피부주름과 탄력개선 효과가 입증이 돼서 화장품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항산화 효능이 강해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춰줘 지질대사를 개선 시킨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폐와 간의 활력, 항미생물 활성, 항염효과, 콜레스테롤 강하 및 동맥의 병변 형성 억제 효과, 유방암 등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들도 널리 소개되고 있으며, 비자나무 관련 30 여건이 넘는 특허도 등록되어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요즘에는 비자 열매나 잎이 차나 한약재 형태로 꾸준히 제품화 되고 있다. 비자나무의 열매와 씨앗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원료로 등재되어 있어 식품으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업적 이용 또한 용이할 것으로 여겨진다.

집단적으로 있을 때 생육도 좋고 공원수나 기념수로 심을만 한 나무
비자나무 종자의 실중(1,000립의 무게)은 1,043g, kg당 1,085립, ℓ당 443립, 발아율은 61%, 목재의 기건 비중은 0.55이다. 일반적으로 10월중 열매를 수집한 후 육질을 제거하고 2~3일 정도 물에 담가 가라앉은 것만을 골라 노천매장 후 봄에 파종하면 되는데, 직파한 것은 다음해 5월경 거의 발아하지만, 저장 중 종자를 말리게 되면 2년 후 발아되고 발아율도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종자를 채취한 후 바로 파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 4이나 6 ~ 7월경 삽목도 가능하다. 삽목상의 흙은 황토나 모래가 좋고 강한 해가림을 해줘야 한다. 파종량은 ㎡당 620g 정도로 점뿌림하고 상이 마르지 않도록 볏집이나 낙엽, 칲 등으로 피복하고 잎의 열상을 막기 위해 여름철에는 해가림을 해줘야 한다. 1-0묘의 경우 묘의 크기는 평균 9cm 정도이고 ㎡당 300본을 생산할 수 있는데 생장이 매우 느려 1년정도 거치 후 ㎡당 25본 정도로 옮겨심기 하는 것이 좋다. 병해충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정원이나 도로변에 식재한 조경수의 경우 6, 9월경 잎말이나방이나 통풍이 불량한 경우 그을음병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매개체인 깍지벌레나 진딧물 등을 구제하여 미리 예방해야 한다.
비자나무는 집단적으로 있을 때 생육도 좋고 비자나무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어릴때는 내음성을 띠고 고온건조에 약하기 때문에 복사열이 있거나 건조하고 척박한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산에 심을 경우 수하식재가 바람직하며, 활엽수와의 혼식은 피하고 군락형태로 모아 심는 것이 좋다. 수고 1.5m 이상인 소경목으로 식재하거나 이식하는 것이 좋고 가능한 경우 방한시설을 해주는 것이 좋다. 내염성과 공해에도 다소 강한편이라 해안변 조경에도 좋으며, 수형조절이 쉽고 큰나무 아래에서도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좁은 공간 숲 조성 시에도 심어볼 만한 나무이다.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 비자나무 숲

▶고흥군 포두면 봉람리 비자나무 숲

6차산업화를 통한 지역 전략수종으로 육성 해야
전라남도에서는 "Eco 푸른 숲속의 전남"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도의 기후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미래 가치 있는 숲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략적인 조림정책과 계획을 통해 최근까지는 편백나무와 목백합, 상수리나무 등을 중점적으로 식재해 왔지만 새로운 전략수종 발굴이 필요한 실정이다. 마침, 기후변화 대응 우리도 전역에 식재 가능한 난대 수종 중 산주들의 선호도와 미래 가치가 있는 비자나무를 전남지역 특화수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범 조림사업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올해부터 종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에는 장성 백양사, 화순 개천사, 고흥 금탑사, 해남 녹우당 등의 기념물과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 등에 34ha, 5천여 그루의 비자나무 채종임분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안정적인 비자 생산이 가능하도록 효율적 관리에 노력하는 한편, 체계적인 비자나무 생산 및 조림정책을 통해 원료공급과 경관적 기능을 고루 갖춘 성공적인 비자나무숲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사찰림이 많은 비자나무 숲의 특성을 잘 살려 산림치유형 템플스테이, 비자축제 등 지역자원과 연계한 치유·문화·관광 활성화는 물론 비자나무의 잎과 열매 등을 활용한 향장·차·제과·항염치료제 등 식·의약 제품개발을 통해 비자나무의 6차산업화를 잘 추진하여 도민의 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
박종석 수목연구팀장
껍질에서 끈끈한 물질이 나와 접착제로 사용했던 감탕나무 man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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